쿼리.딜리버리는 지난 6월, 카카오벤처스&신한캐피탈과 함께 시드 투자를 클로징했습니다.
이 이야기는 쿼리.딜리버리가 시작한 날로부터 시드 투자를 받을 때까지 6개월 남짓한 시간동안 어떻게 항해를 해왔는지에 대한 짧은 기록입니다.
1부에서는 투자 IR을 시작하기 전(1~3월)의 우리 모습을
2부에서는 투자 IR을 시작하고 난후(4~6월)의 우리 모습을 적을 예정입니다
사실 1부는 투자 IR 시작하기 전이기 때문에 제목과는 달리 투자와 관련된 이야기는 전무합니다. 😅
초기 스타트업이 계속 앞으로 나아갈 때는 수많은 이론과 숙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 미리 말씀드리면 이 글은 이런 이론들이나 숙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냥 저희가 "이건 하길 참 잘했던 것 같아요" 스티커를 붙인 일기장입니다.
스타트업을 기다리는 이론과 숙제들이 뭐가 있냐구요?
경쟁사, 제품, 시장 분석같은 것들부터 시작하여 PMF, R&R, LTV, ROI, KPI와 같은 단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하면 애자일, 린, OKR, 페르소나 같은 친구들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심지어 법무, 노무, 협약, 계약서, 그리고 더 많은 계약서들! 이제는 눈 감고 찾아갈 수 있을 정도의 관공서들과 은행까지!
이런 것들에 대해 모두 글로 적는다면 열흘 밤낮으로도 모자랄 겁니다.
다행히 저보다 더 먼저, 더 많이, 더 잘하시는 스타트업 선발대 분들이 남긴 수기들이 있습니다. 우리도 많은 도움을 얻었었죠.
쿼리.딜리버리가 시작한 날의 캘린더
그래서 이 글은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우리들을 짧게 정리한 일기장에 더 가깝습니다.
시간순서에 따라 우리가 어떤 것을 했고 해야했는지, 그리고 그게 왜 좋았었는지에 대해 적었습니다.
12월 - 쿼리.딜리버리 시작!
Seed 라운드 IR 덱에 들어있는 페이지 중 일부
저희는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를 서로 공감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같이 해결하려고 모였습니다.
그런데 같이 일을 시작하니까 멈칫하는 부분들이 생겼습니다.
우선, 서로 공감했던 문제가 너무 명확했기 때문에 무엇을 만들어야하는지도 명확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알고보니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수십가지였고, 그 방법을 만드는 도구는 수백가지였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가 제안한 방법과 도구들 중 어떤 것이 맞는 건지 몰랐습니다.
1월 - 프로토타입 개발과 유저 인터뷰
그래서!
우리는 시작하자마자 바로 프로토타입을 통한 내부 테스트 및 유저 인터뷰에 돌입했습니다.
1월은 이 작업의 준비 또는 실행 반복의 시간이었습니다.
크게 보면 세 가지 종류의 프토토타입이 있었는데요:
피그마로 만들어진 초기 형태의 쿼리.딜리버리
피그마Figma 프로토타입
먼저 1월 초, 디자인만 구현하여 클릭으로 동작하는 프로토타입을 만들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던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을 만들어서 사용해보게 하고 사용성을 검증했습니다.
- 장점 : 구현 속도가 적당함. 프로그래머가 필요 없음. 디자인만 나오면 실제 제품같아 보임.
- 단점 : 실제 제품같아 보여서 인터뷰이들이 계속 디테일에 집중함 😭 그런데 실제 제품처럼 동작하지 않아서 유저 인터뷰의 신뢰도가 의심됨 😭😭😭 도중에 한 가지 기획만 바뀌어도 수십페이지를 수정해야 함. (means 휘발성 프로토타입에다가 단순 클릭 노동 시간을 쓰는게 조금 낭비처럼 보임)
개발 프로토타입
이후 작업하던 개발 프로토타입이 한 달만에 완성되어 추가 유저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디자인은 피그마로 만들어진 프로토타입과 동일했습니다.
서로 다른 직군에 계신 분들을 모셔서 이야기를 들었고 실제 업무에 활용한다는 가정을 한 질문 위주로 드리며 진행되었습니다.
- 장점 : 실제 제품과 같아서 신뢰도가 매우 높음.
- 단점 : 구현 속도가 느림. 프로그래머가 필요함. 때문에 모든 기능을 만들지 못하고 매우 소수의 기능만 검증 가능함. 당연히 버그가 튀어나오고 QA를 해야하는데 여기에 시간을 좀 써야함.
페이퍼 프로토타입
심지어 페이퍼 프로토타이핑을 통한 유저 인터뷰도 해보았는데 그게 가장 좋았습니다!
가장 재미있었고 만족도가 높았던 경험이었습니다.
(페이퍼 프로토타이핑 유저 인터뷰) "누르면 이게 반짝반짝일꺼에요!"
가장 날 것의 아이디어를 가장 빠른 시간에 가장 적은 비용으로 검증할 수 있는데 안 좋을리가 없죠.
- 장점 : 오늘 아침에 논의한 것을 점심에 만들어서 퇴근하기 전에 유저 인터뷰 할 수 있음
- 인터뷰하는 도중에 버튼 하나를 만들고 싶으면 그리기만 하면 됨
- 단점 : 퀄리티가 떨어짐.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많은 시간, 교감과 상상력이 필요함.
피그마? 개발? ...페이퍼?
당연한 말이지만 이거다! 하는 특별히 좋은 방법은 없었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사견을 얹자면, 초기 스타트업은 대체로 프로그래머가 부족하기에 프로그래머 없이 + 긴 시간을 쓰지 않아도 프로토타입을 만들 수 있는 툴의 활용을 매우 추천드립니다.
그러한 툴들 중에서 별도로 소개하지는 않았지만 발사믹 같은 툴도 팀 내에서 꽤 애용했었습니다.
그렇게 한 달간 여러번의 유저 인터뷰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인터뷰들의 끝자락에 와서야 드디어!
우리는 막연하게 생각하던 문제들을 제대로 직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라? 생각보다 해야되는게 좀 많네?
우리가 해결하려던 문제는 예상보다 매우매우x999 어렵고 복잡했습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설과 해결책들은 계속 나왔지만 채점하지 못한 채 쌓여갔습니다.
채점을 위해서는 필요한 해답지가 없으니 당연한 일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정답이 뭔지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사람들에게.
2월 - 랜딩 페이지와 예비 구독자
2월 1일, 우리는 랜딩 페이지와 광고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한테 보여주면 어떻게든 반응이 있을것이고, 그 반응을 근거로 결정하자는 생각이었죠.
퀄리티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고 일단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겼습니다. 랜딩 페이지는 노션으로 뚝딱뚝딱, 광고 이미지도 그냥 슉슉 만들어서 올려보냈습니다.
그리고 뭔가 궁금하게 있으면 그냥 바로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이건지 저건지 애매하면 둘 다 해보면 됩니다
광고 소재가 좋은가 나쁜가? A/B 테스트 돌렸습니다.
기획 단계에서 생긴 의견 충돌? A/B 테스트 돌렸습니다.
그렇게 광고가 돌아가기 시작하고 처음으로 메일링 리스트를 구독하신 예비 구독자가 짜잔!
꺆
2명째, 3명째도 나왔습니다.
흠흠...
어라? 신나는데?
A/B 테스트를 통한 기획 및 시장 검증은 뒷전이고 갑자기 팀에 활력이 돌기 시작합니다.
사실 아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몇몇 이벤트는 스타트업 팀 전체에 활력과 긍정적인 도핑을 부여한다는 것을 체감했죠.
이렇게 들어오신 예비 구독자 분들이 몇백명으로 늘어날때 쯤에는 자신감이 확신으로 바뀌게 됩니다.
3월 - MVP 정하기
프로토타입들 + 유저 인터뷰 피드백 + 수많은 회의 + 경쟁사 조사 + A/B 테스트 + ???
그리고 한 방울의 근거 없는 자신감!
이 자신감은 예비 구독자 분들이 절찬리에 구독으로 후원해주셨습니다.
[System] MVP가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84%)
이 기능은 당장 필요 없고, 이 기능은 당연히 있어야하기는 하는데 없다고 제품을 못 쓰는 건 아니고, 이 기능이 필요하긴 한데 구현하는데 너무 오래걸리고...
좌충우돌 삐죽삐죽 튀어나왔던 아이디어들이 동그랗게 다듬어지니 썩 보기 좋았습니다.
그렇게 3월에 MVP를 정하고 공수를 계산합나디.
짜잔! 6월 중순 정도에 마무리 되는 총 70일짜리 마일스톤 3개가 멋지게 뽑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한 달이 밀린, 7월 말에 마일스톤을 끝 마쳤습니다.😅 팀원이 모두 100% 제품 개발에만 시간을 소요할 것이라는 순진한 생각이 가장 큰 문제였죠.)
딱 두 가지만 하고 나머지는 버리자!
- 쿼리를 한 번 등록해두기만 하면, 누구나 언제든지 클릭만으로 실행할 수 있게 하자.
- 데이터베이스 안의 데이터를 클릭만으로 볼 수 있게 하자.
이 두 가지 대명제 외에는 모두 덜어냈습니다.
심지어 가장 기본적인 이메일 인증이나 비밀번호 변경도 외면한 아주 날씬한 친구였습니다.
그런데 MVP를 다 만들고 나니, 한 가지 걱정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찾은 답(MVP)이 틀린 답이면 어떻게 하지?
이제 목적지까지 달리기만 하면 되는데.
6월 중순까지 대차게 달리고 뒤돌아봤더니 옆 동네 산이었다!...라는 걱정이 불쑥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제 더 물어볼 사람이 없습니다.
언제까지 광고를 돌리며 예비 구독자를 모으고만 있을 수도 없고, 주변 지인들에게는 인터뷰다 뭐다 하면서 괴롭힐 만큼 괴롭혔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합니다.
그러면 더 잘 아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자!
이런 걱정들을 매일 마주하고 같이 걱정해주는 스폐셜리스트들에게 문제를 들고가보자!
IR 문서 중 일부
그렇게 4월부터 IR이 시작됩니다.
이후의 이야기는 2부에서 이어서 이야기 드리겠습니다.